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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

얼음 위에 피는 춤몽골 ‘차간 사르’ 설 축제의 풍경

by sariwrite0908 2025. 4. 7.

1. 하얀 달이 떠오르면, 몽골의 설이 시작된다

몽골의 새해, ‘차간 사르(Цагаан сар)’는 직역하면 ‘하얀 달’, 즉 ‘백월’이란 뜻입니다.
이 축제는 음력 1월, 보통 2월 초쯤 열리며, 한국의 설날처럼 가족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새로운 해를 축복하는 전통 명절이에요.
하지만 차간 사르는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몽골 유목민 정신과 자연 순응적 삶이 녹아든 정교한 의식으로 가득하죠.

하얀 눈이 덮인 초원, 얼어붙은 땅 위에 펼쳐지는 이 축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조용한 장면 속에서 피어나는 한 편의 춤과도 같아요.

2. 정갈한 전통 속에서 피어나는 환대와 예

차간 사르가 다가오면, 몽골의 가정은 대청소와 준비로 분주해집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갈 갈 벤(Gal Golomto)이라 불리는 가정의 중심 불을 정화하는 의식.
그리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만두 '부즈(Buuz)' 수백 개를 만들고,
양고기와 전통 유제품, 아이라그(발효 말젖주) 등을 준비하죠.

설날 당일이 되면, 사람들은 전통 의상 ‘데일(Deel)’을 차려입고,
가족 어른들부터 차례로 손을 맞잡고 인사하는 'золголт(졸골트)' 의식을 나눠요.
“Амар байна уу?” – “평안하셨습니까?”라는 인사 속엔
유목민의 삶 속에서 이어진 평화와 존중의 문화가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3. 얼음 위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공동체의 춤

차간 사르의 정수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 전체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거대한 리듬이 숨어 있어요.
설날 아침부터 친척과 이웃을 찾아가는 ‘인사 행렬’은
수십 곳을 방문하며 하루 종일 계속되는데, 이 모든 것이 축복과 정을 나누기 위한 춤인 셈이죠.

특히, 눈 덮인 초원과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말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
새벽부터 데일을 차려입고 찻잔을 나누는 장면들은
마치 하얀 설원 위에 피어난 몽골 민족의 춤사위처럼 다가옵니다.

4. 차간 사르가 전해주는 오늘의 메시지

차간 사르는 몽골인들에게 ‘새로운 해의 시작’ 이상으로,
자연과 조상, 공동체와 다시 연결되는 정화와 환대의 시간입니다.
그 고요한 설원 위에서 나누는 손인사와 음식은
말보다 따뜻한 전통의 언어로 이어지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슬로우 라이프’와 ‘관계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해줍니다.

차간 사르, 고요하지만 깊은 감동

몽골의 겨울은 혹독하지만,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람들의 온기와 의식은 오히려 더 따뜻합니다.
얼음 위에 피는 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느림’과 ‘존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