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나무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우간다 동부 고지대, 짙은 초록이 흐르는 바나나 농장 사이에서,
매년 수확기에 맞춰 열리는 ‘음페라 축제(Mpera Festival)’는
단순한 먹거리 축제가 아닌, 바나나를 둘러싼 신성한 문화의식입니다.
바나나는 우간다인의 삶에서 주식이자, 제사 음식이자, 신과 인간을 잇는 연결고리입니다.
특히 우간다 동부 지역에선 바나나 나무를 ‘가족의 영혼이 깃든 신목’으로 여기며,
축제 기간 동안에는 이를 정결하게 모시는 의식과 퍼포먼스가 펼쳐지죠.
2. 바나나, 신의 선물로 거듭나다
‘음페라’는 현지어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어머니”라는 뜻을 가집니다.
축제의 시작은, 가장 오래된 바나나 나무 앞에서 진행되는 ‘물 붓기 의식’입니다.
이 나무에 물과 꿀을 뿌리며, 마을 사람들은
“내년에도 우리를 먹여 달라”고 조용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잎사귀로 만든 의복을 걸치고,
익지 않은 바나나 열매로 만든 전통 요리 ‘마트로케(Matoke)’를 나눠 먹습니다.
이 순간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가장 순수한 장면이기도 해요.
3. 신비로운 춤, 그리고 살아있는 조각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음페라의 춤’.
바나나 껍질과 줄기 섬유로 만든 복장을 입고,
젊은이들이 두 줄로 나란히 서서 “뿌리로 돌아가는 몸짓”을 춤으로 표현합니다.
움직임은 땅을 향하고, 손은 하늘을 향하죠.
또한 예술가들은 바나나 잎과 나무껍질로 만든 가면과 조각을 전시하며,
조용하지만 깊은 생명에 대한 경외를 표현합니다.
4.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우간다의 음페라 축제는 규모도 작고,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진 축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축제를 통해 우리는 묻게 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간다 사람들은 대답합니다.
“바나나가 아닌,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축제는 소리 없이 흐른다
우간다의 초록 들판 어딘가,
자연과 사람, 신이 함께 어우러진 그 작은 마을에서
음페라 축제는 오늘도 조용히 열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삶을 다시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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