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케리(Kukeri) – 괴물로 변신한 농민들의 축제
1. 쿠케리는 누구인가? – 가면 속 신과 인간의 경계
매년 1월과 2월 사이, 불가리아의 여러 마을에서는 털 달린 괴물 같은 존재들이 거리를 누비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이들이 바로 ‘쿠케리(Kukeri)’라 불리는 사람들인데요,
전통적으로는 악령을 쫓고,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의 수행자였어요.
이들은 동물 가죽과 털로 만든 복장을 입고,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가면을 씁니다.
그리고 몸에 매단 방울을 흔들며 춤추고, 집집마다 방문해 행운과 건강을 전파하죠.
2. 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괴물 같은 가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두려워할수록 악령도 함께 도망친다는 전통적인 믿음에서 유래됐습니다.
그 안에는 고대 트라키아 시대부터 내려온 자연 숭배와 영혼 정화의 상징이 담겨 있어요.
특히 가면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뿔, 수염, 입술 등 세세한 디테일로 개성을 표현하죠.
각 마을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한 가면을 완성하는 데 몇 주가 걸릴 정도로 예술적 가치도 높아요.
3. 축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쿠케리 축제는 불가리아 전역에서 열리지만,
특히 유명한 건 **페르닉(Pernik)에서 열리는 국제 마스크 페스티벌 ‘Surva’**입니다.
전통 쿠케리 팀들이 전국에서 모여 퍼레이드를 벌이고,
다양한 탈춤 공연, 전통 음악, 불쇼 등이 함께 펼쳐지죠.
어린이들이 쿠케리 복장을 체험하고, 외국인들도 탈을 쓰고 함께 춤을 추며
관광객과 지역민이 어우러지는 생생한 문화 축제로 자리잡고 있어요.
4. 우리가 이 축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쿠케리 축제는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니라,
현대에도 계절의 변화, 공동체의 연결,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기억하게 해주는 의례예요.
무섭게 생긴 가면 아래에는 매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 사람들의 믿음과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춤과 함성, 그리고 낯선 가면 속에서 우리는 인류 보편의 본능 – 두려움, 치유, 희망 – 을 마주하게 되죠.
진짜 유럽이 궁금하다면, 쿠케리 축제를 만나보세요
불가리아는 유럽 여행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나라지만,
쿠케리 축제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도시의 문명과는 다른, 태고의 리듬과 감각이 살아있는 축제 –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 ‘괴물’이 되어, 인간으로서 더 진실해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