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죄를 씻는 사람들페루 안데스의 ‘시스티나 축제’ 이야기
1. 안데스 산맥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
페루 쿠스코 남부, **산과 구름이 맞닿은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시스티나(Sistina) 에서는 매년 6월이 되면 수천 명이 산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이 축제는 ‘쿼일루릿시(Romería del Señor de Qoyllur Rit’i)’로도 불리며, 잉카 전통과 가톨릭 신앙이 융합된 독특한 종교 축제예요.
수많은 순례자들은 신의 자비와 치유, 그리고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해발 4,000m가 넘는 산을 오르며 자신과 마주하는 고행의 여정을 떠나죠.
2. 신성한 고행, 눈 덮인 산을 향해
축제의 핵심은 **‘신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무거운 십자가나 상징적인 조각상을 짊어지고, 눈 덮인 시네카라 산(Cinajara)으로 향합니다.
밤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참가자들이 북과 피리를 불며 행진하고, 얼어붙은 땅 위에서 춤을 춥니다.
이 순간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조상과 신,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는 의식이에요.
특히 참가자 중 일부는 ‘우카쿠 쿠스’(Ukhuku Qus)라 불리는 산의 정령 역할을 맡아, 밤새 춤을 추고 금기를 수행하며 마을을 정화합니다.
3. 종교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 남은 축제
이 축제는 단순히 기독교적 종교행사가 아니에요.
잉카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자연 숭배와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가톨릭 신앙과 융합된, 그들만의 문화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참가자 대부분은 관광객이 아닌 현지 주민과 안데스 농민들이며,
그들에게 이 축제는 "신과 조상에게 내 삶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산 위에서 가족의 안녕을 기도하고, 눈물로 새벽을 맞이하며 한 해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의 의례가 되죠.
4. 왜 우리가 이 축제를 기억해야 할까?
‘시스티나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는 아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고 진지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신앙과 전통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 웅장한 산, 밤새 이어지는 북소리, 새벽녘 눈 위에 무릎 꿇는 사람들…
이 모든 장면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여기가 진짜 ‘삶의 축제"
다음 여행에서 유명한 관광지를 벗어나고 싶다면,
혹은 세상 어딘가에서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는 '진짜 축제'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페루 안데스의 시스티나 축제는 깊고도 신성한 영감을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