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 관리
죽은 뒤, 당신의 인스타그램은 누가 지울까?
우리가 남기는 유산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물건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SNS, 이메일, 사진, 클라우드 속 문서들처럼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라는 개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생전에 찍은 사진이 가득한 인스타그램 계정, 자동 결제가 남아있는 넷플릭스, 그리고 구글 드라이브 안의 중요 문서들. 이 모든 건 사용자가 사망한 후에도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 있게 된다. 문제는 그 계정들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다.
각 플랫폼은 나름의 ‘사후 계정 처리 정책’을 갖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를 신청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족이 사망진단서 등 공식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을 통해 계정 비활성화 시 데이터를 누구에게 넘길지 미리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을 아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디지털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유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전에 계정 정보와 전달 대상자를 지정해두면 사망 확인 이후 자동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계정을 정리해주는 방식이다. 또,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인의 목소리나 채팅 스타일을 복원해 ‘디지털 추모’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생겨났다. 이는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지만, 또 다른 윤리적 논란도 불러오고 있다. 고인의 ‘온라인 존재’를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이제 디지털 유산 관리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필수 준비가 되어야 할 시점이다. 마치 유언장을 남기듯, 중요한 계정 정보나 자료에 대한 최소한의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온 시간만큼,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자취도 소중하다. 그리고 그 자취를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결국 지금의 우리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